오랜만의 향수 리뷰는 다가오는 여름을 위해 준비했다. 여름향수의 대표격인 베르사체 오 프레시이다.
사실 이 향수는 내가 쓰려던게 아니라 아버지께 선물 했었던 향수이다. 아버지는 면도후 스킨을 제외한 어떤 화장품도 쓰지 않던 분이었기에 기껏 선물했는데 단 한번도 못써보고 돌아가셨다.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던중 이 향수를 차마 버릴수 없어서 가지고는 있었지만 빈병이 되어버리면 영영 아버지를 떠나보내는것 같아 안쓰고 간직 하고 있었다.
나에겐 슬픈 기억이 있는 향수지만 막상 써보면 상대방에겐 호감을 남겨줄 향수이기에 이렇게 리뷰해본다.
탑노드 - 베르가못, 로즈우드, 카다몸, 레몬
미들노트 - 세이지, 시더, 페퍼
베이스노트 - 샤프란, 머스크, 시카모
탑노트
탑노트에서는 강렬한 레몬향이 난다. 정말 강렬하게 난다. 생레몬을 짰을때 그 즙의 냄새랑 비슷한것 같다. 귤과의 과일인 베르가못과, 카다몸씨앗이 들어가는데 카다몸 씨앗은 쌉싸름한 레몬향을 내는 향신료다.
더불어 베르가못은 레몬보다는 덜 시지만 자몽보다 쌉싸름한 맛을 낸다. 여기에 우드가 더해지면서 마냥 시큼한 냄새가 아닌 쌉싸름한 나무향과 레몬향이 같이 난다. 굉장히 좋다
미들노트
미들노트에서는 탑노트의 레몬향이 급격하게 약해진다. 정말 뿌린지 15분~20분사이면 레몬향이 다 사라지고 쌉싸름한 향과 알싸한 향이 난다. 알싸함 속에 풋풋한 향이난다. 아마 세이지 향인것 같다.
세이지는 향신료로도 쓰이는 허브의 일종으로 여러분들도 많이 맡아봤을 잎사귀가 폭신폭신한 허브다. 깊고 그윽한 허브향과 알싸한 페퍼의 향과 약하게 나는 쌉싸름한 향이 마치 바다에서 파도가 치는 모습이 연상된다. 마침 보틀의 색도 파란색이다.
베이스노트
베이스노트에서는 알싸한 향이 약해지고 허브향은 그대로 남는다. 미들노트의 나무향과, 베이스노트에서 많이 쓰이는 머스크 향이 난다. 머스크향은 어느 향수든 베이스노트에는 무조건 들어가는것 같다.
대략적인 느낌은 나무향과 머스크향 두가지 향이 어우러져 난다. 아니 나무향이 좀더 진하고 머스크향이 나무향을 받쳐준다.
총평
• 성별 : 남성
• 연령 : 20대~40대
• 계절 : 여름
사실 남자향수의 끝판왕은 대부분 CK, 존바바토스, 크리드가 차지하고 있기에 우리가 소위 명품이라고 부르는 구찌, 샤넬, 버버리, 베르사체, 페라가모 이런 브랜드의 향수는 앞서 말한 3가지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고 볼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수 자체는 꽤 잘만들었다. 여름을 대표하는 향이라고 소개한 만큼 느낌도 아쿠아적인 느낌과 마냥 젊지 않는 남자의 느낌을 살려냈다. 자신이 만약 20대 초반~후반이라면 이 향수를 '한번쯤은' 써보는것도 좋을거라 생각된다.
지난번 리뷰처럼 향기를 맡으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는데 워낙에 대중적인 향이라 이 향이 어울릴만한 사람을 떠올려본다면, 손석구가 떠오른다. 범죄도시2의 손석구가 아니라 '나의 해방일지에서 보여지는 모습의 손석구' 가 이 향과 찰떡같이 어울린다. 수더분하게 편하게 입었지만 그럼에도 남성적인 모습이 보여지는. 만약 손석구가 이 향수를 뿌리고 터벅터벅 걸어간다면 남자인 나도 반할것 같다.
결론
향이라는것이 케바케가 워낙에 심하다보니 나 조차도 좋아하는 향의 스타일이 있기에 이 향을 나한테 점수를 매기라고 한다면 객관적으로는 10점 만점에 8점을, 주관적으로는 5점을 주고 싶다.
향이라는것은 결국에는 좋은 냄새를 뜻하는 말이다. 향이라는 말을 쓰는 만큼 향 자체는 안좋을수가 없지만 대중적이고, 흔한 향이기에 이 향수 역시 실패할일이 없는 향수라고 봐도 될것이다.
마지막으로
베르사체는 인지도 때문인지, 다른 브랜드의 향수에 비해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향 자체는 흔하다고 했지만 유명해서 흔한게 아닌, 어디선가 한번쯤은 맡아본적이 있는데 싶을정도로 그냥 평범한 향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평범함이 이 향수의 가치를 깎아먹지는 않는다. 좋은 향인것은 틀림 없으니까. 만약 자신이 30대를 바라보는 나이라면, 여름철에 이 향수를 뿌려보자. 주변에서 소년이 아닌 남자로 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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